AI 시대에 TSMC가 더 강해지는 이유

저는 주식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처음 주식을 공부할 때만 해도 반도체라고 하면 삼성전자와 인텔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의 절대 강자였고, 인텔은 CPU 시장의 상징 같은 기업이었습니다.

그런데 AI 시대가 오면서 반도체 시장의 중심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지금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엔비디아입니다.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GPU를 사실상 표준처럼 공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엔비디아 GPU가 실제 제품으로 나오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TSMC입니다.

엔비디아뿐만 아닙니다. AMD, 애플, 퀄컴, 미디어텍, 브로드컴 같은 글로벌 팹리스 기업들도 대부분 TSMC를 사용합니다. AI 시대에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수록 TSMC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AI 시대에 TSMC가 왜 더 강해지는지, 그리고 삼성전자와 비교했을 때 체급 차이가 어디서 발생하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1. TSMC의 핵심은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 구조입니다

TSMC의 순수 파운드리 모델과 2025년 생산 통계

TSMC는 1987년 대만에서 설립된 세계 최초의 순수 파운드리 기업입니다.

파운드리는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지 않고, 고객사가 설계한 칩을 대신 생산하는 사업입니다. TSMC는 처음부터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 점이 중요합니다.

엔비디아, AMD, 애플 같은 기업은 자사의 핵심 설계도를 파운드리에 맡겨야 합니다. 이때 파운드리가 자신들과 경쟁하는 완제품이나 자체 칩을 만들고 있다면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스마트폰,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를 모두 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입니다. 장점도 있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잠재적 경쟁자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반면 TSMC는 설계하지 않습니다.

고객의 칩을 대신 만들어줄 뿐입니다.

TSMC 2025년 연차보고서에서는 이 퓨어 플레이 파운드리 모델이 회사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설명합니다. 같은 보고서에서 TSMC는 2025년 한 해 동안 534개 고객을 위해 12,682개 제품을 제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숫자는 TSMC가 단순히 특정 기업 하나에 의존하는 회사가 아니라, 글로벌 팹리스 산업 전체의 생산 허브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AI 시대에는 이 구조가 더 강력해졌습니다.

엔비디아가 GPU를 설계해도, AMD가 AI 가속기를 설계해도, 애플이 M 시리즈 칩을 설계해도 결국 고성능 칩은 TSMC의 선단 공정과 패키징을 거쳐야 합니다.

2. 숫자로 보면 TSMC의 체급은 이미 압도적입니다

TSMC 2025년 주요 실적 및 첨단 공정 매출 비중

TSMC의 최근 실적은 AI 수요가 얼마나 강하게 반영되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TSMC 2025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연결 매출은 3조 8,090억 대만달러였습니다. 미국 달러 기준으로는 1,224억 2,000만 달러입니다. 전년 대비 달러 기준 매출 성장률은 35.9%였습니다.

수익성도 강합니다.

TSMC 2025년 연차보고서에서는 매출총이익률 59.9%, 영업이익률 50.8%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제조업에서 영업이익률 50%를 넘는다는 것은 단순 생산업체 수준이 아니라, 공급망의 병목을 장악한 기업이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숫자가 있습니다.

TSMC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7나노 이하 첨단 공정은 전체 웨이퍼 매출의 74%를 차지했습니다. 2024년 69%에서 더 올라간 수치입니다.

즉 TSMC의 성장은 단순히 물량 증가가 아닙니다.

더 비싸고, 더 어렵고, AI와 고성능 컴퓨팅에 필요한 첨단 공정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TrendForce는 2026년 글로벌 파운드리 매출이 AI GPU와 자체 ASIC 수요에 힘입어 전년 대비 24.8% 성장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같은 전망에서 TSMC는 약 32% 성장할 수 있고, 5나노와 4나노 이하 공정은 2026년 내내 높은 가동률을 유지할 것으로 제시했습니다.

AI 반도체 투자가 늘어날수록 TSMC가 가장 먼저 수혜를 받는 이유입니다.

3. 엔비디아와 AMD가 TSMC를 쓰는 이유

엔비디아와 AMD가 TSMC 공정을 선택한 핵심 이유

엔비디아는 AI 시대의 핵심 기업입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직접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습니다. 설계는 엔비디아가 하지만 실제 생산은 TSMC가 담당합니다.

엔비디아 Hopper 세대의 H100과 H200은 TSMC 4N 공정을 사용했고, Blackwell 세대는 TSMC 4NP 공정을 기반으로 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최신 AI GPU는 HBM을 함께 묶는 첨단 패키징이 필수입니다.

즉 엔비디아 GPU는 TSMC의 전공정과 후공정이 모두 필요합니다.

AMD도 마찬가지입니다.

AMD는 CPU와 GPU에서 칩렛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습니다. EPYC 서버 CPU, Ryzen, Instinct AI 가속기 모두 TSMC 선단 공정과 첨단 패키징에 깊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AMD Instinct MI300 계열은 여러 개의 칩렛과 HBM을 결합하는 복잡한 구조를 사용합니다. 이런 구조는 단순히 웨이퍼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칩렛을 안정적으로 붙이고, HBM과 연결하고, 수율을 확보하는 첨단 패키징 역량까지 필요합니다.

과거 반도체 경쟁은 “누가 더 좋은 칩을 설계하느냐”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질문이 바뀌었습니다.

좋은 칩을 설계한 뒤, 누가 그것을 수율 좋게 생산하고, HBM과 함께 묶어 실제 제품으로 출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습니다.

이 지점에서 TSMC의 힘이 나옵니다.

TSMC는 단순히 웨이퍼를 찍는 회사가 아니라, AI 반도체를 실제 제품으로 완성하는 제조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4. CoWoS가 TSMC의 두 번째 해자가 되었습니다

TSMC CoWoS S, L, R 패키징 기술 비교 분석

AI 시대에 TSMC가 더 강해진 이유는 파운드리 때문만이 아닙니다.

진짜 중요한 두 번째 해자는 CoWoS입니다.

CoWoS는 TSMC의 2.5D 첨단 패키징 기술입니다. GPU와 HBM을 하나의 패키지 안에 올리고, 실리콘 인터포저나 RDL, 로컬 실리콘 인터커넥트 같은 구조로 고밀도 연결을 구현합니다.

TSMC 공식 CoWoS 자료에서는 CoWoS-S를 실리콘 인터포저 기반 구조로 설명합니다. CoWoS-S는 최대 3.3배 레티클 크기, 약 2700mm² 수준의 인터포저를 수용할 수 있습니다. 이보다 큰 구조에서는 CoWoS-L이나 CoWoS-R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이 말은 중요합니다.

AI GPU가 커지고 HBM이 늘어나면 기존 패키징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집니다. Blackwell 이후에는 GPU 다이도 커지고, HBM도 더 많이 붙고, GPU 간 연결도 더 복잡해집니다.

그래서 CoWoS-L 같은 대형 패키징 기술이 중요해졌습니다.

TSMC 공식 CoWoS 자료에 따르면 CoWoS-L은 RDL 기반 인터포저와 LSI, 즉 Local Silicon Interconnect를 결합해 더 큰 HPC 제품을 지원합니다. 반면 CoWoS-R은 RDL 인터포저 기반으로 폴리머와 구리 배선을 활용해 유연성과 비용 효율성을 제공합니다.

결국 TSMC는 선단 공정뿐 아니라 패키징에서도 선택지를 갖고 있습니다.

H100, H200 같은 구조에는 CoWoS-S.

Blackwell 이후 대형 AI GPU에는 CoWoS-L.

비용 효율과 유연성이 필요한 일부 ASIC에는 CoWoS-R.

AI 칩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TSMC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영역이 더 넓어지는 것입니다.

5.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 선명해집니다

파운드리 점유율 및 AI 공급망 내 위상 비교 데이터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삼성전자를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거대한 반도체 기업입니다. DRAM, NAND, HBM, 모바일, 시스템반도체까지 모두 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입니다.

하지만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TSMC와 삼성전자의 역할은 다릅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강자입니다.

TSMC는 공급망 허브입니다.

이 차이가 큽니다.

TrendForce의 2026년 1분기 파운드리 점유율 자료에서는 TSMC가 72.3%,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6.5%로 제시됩니다. 이 수치를 그대로 보면 파운드리 체급 차이는 10배 이상입니다.

첨단 공정 고객사에서도 차이가 큽니다.

TSMC는 엔비디아, AMD, 애플, 퀄컴, 미디어텍, 브로드컴 등 글로벌 최상위 고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자사 제품과 일부 외부 고객을 보유하고 있지만, AI GPU 공급망의 중심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삼성전자의 강점도 분명합니다.

삼성은 메모리에서 강합니다. HBM 경쟁에서도 중요한 플레이어입니다. 파운드리, 메모리, 패키징을 모두 내부에 가진 수직 계열화 구조도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 반도체 산업에서는 고객 신뢰와 생태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 구조를 바탕으로 글로벌 팹리스 기업들의 설계를 받아 생산합니다. 그리고 CoWoS 같은 첨단 패키징까지 함께 제공합니다.

그래서 삼성전자가 “메모리 중심의 종합 반도체 기업”이라면, TSMC는 “AI 반도체 공급망의 중립 허브”에 가깝습니다.

이 차이가 AI 시대에 TSMC의 체급을 더 크게 만들고 있습니다.

6. AI 시대의 돈은 TSMC를 지나갑니다

AI 가속기 제조 및 CoWoS 패키징 독점적 지위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여러 단계를 거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같은 하이퍼스케일러가 데이터센터에 투자합니다.

그 돈은 엔비디아와 AMD 같은 AI 가속기 설계사로 흘러갑니다.

엔비디아와 AMD는 GPU와 AI 칩을 설계합니다.

하지만 그 칩은 TSMC가 생산합니다.

또 HBM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공급합니다.

하지만 HBM이 GPU 옆에 붙어 최종 AI 가속기가 되려면 CoWoS 패키징을 거쳐야 합니다.

그 중심에도 TSMC가 있습니다.

결국 AI 시대의 돈은 여러 기업을 거치지만, 핵심 제조 병목에서는 반복적으로 TSMC를 지나갑니다.

이것이 TSMC의 강점입니다.

엔비디아가 잘 팔려도 TSMC가 필요합니다.

AMD가 잘 팔려도 TSMC가 필요합니다.

애플이 새 칩을 만들어도 TSMC가 필요합니다.

구글, AWS, 메타가 자체 AI 칩을 설계해도 결국 선단 공정과 첨단 패키징은 TSMC를 거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TSMC는 특정 AI 기업 하나에 베팅하는 회사가 아니라, AI 반도체 산업 전체의 제조 관문에 서 있는 기업입니다.

7. HBM4 시대에는 TSMC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HBM4 베이스 다이 및 TSMC 시스템 플랫폼 분석

앞으로 TSMC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유는 HBM4입니다.

HBM4는 기존 HBM3E보다 더 넓은 인터페이스를 사용합니다. 데이터 통로가 넓어지는 만큼 베이스 다이와 로직 연결 구조가 더 중요해집니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TSMC와 HBM4 협력을 발표하면서, 차세대 HBM4의 베이스 다이 제조에 TSMC의 로직 공정을 활용하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메모리 회사가 HBM을 만들고, TSMC는 GPU 로직 다이와 패키징을 담당하는 구조로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HBM4 시대에는 메모리와 로직의 경계가 더 가까워집니다.

HBM의 베이스 다이, GPU 로직 다이, CoWoS 패키징이 하나의 시스템처럼 움직여야 합니다.

이 구조에서는 TSMC의 역할이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AI 반도체가 고도화될수록 TSMC는 단순 파운드리가 아니라, GPU와 HBM과 패키징을 묶는 시스템 제조 플랫폼이 됩니다.

결론

AI 시대에 TSMC가 더 강해지는 이유는 단순히 공정을 잘하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물론 TSMC의 선단 공정 경쟁력은 압도적입니다. TSMC 2025년 연차보고서에서 7나노 이하 첨단 공정은 전체 웨이퍼 매출의 74%를 차지했고, 매출총이익률은 59.9%, 영업이익률은 50.8%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구조입니다.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 퓨어 플레이 파운드리입니다.

엔비디아, AMD, 애플, 퀄컴, 미디어텍, 브로드컴 같은 고객들이 안심하고 설계를 맡길 수 있습니다.

여기에 CoWoS와 3DFabric 같은 첨단 패키징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AI GPU는 이제 칩 하나만 잘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GPU와 HBM을 묶고, 여러 다이를 연결하고, 대형 패키지에서 수율과 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 영역에서 TSMC는 전공정과 후공정을 동시에 장악한 희소한 기업입니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메모리 강자입니다. HBM 시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파운드리와 AI 공급망 허브라는 관점에서는 TSMC와 체급 차이가 큽니다.

TSMC는 AI 반도체 산업의 중심에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성장해도 TSMC가 필요합니다.

AMD가 성장해도 TSMC가 필요합니다.

빅테크가 자체 AI 칩을 만들어도 TSMC가 필요합니다.

결국 AI 시대의 핵심 질문은 이것입니다.

누가 가장 좋은 AI 칩을 설계하느냐.

그리고 그 칩을 누가 실제로 가장 많이, 가장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패키징할 수 있느냐.

두 번째 질문의 답에 가장 가까운 기업이 바로 TSMC입니다.

그래서 AI 시대가 깊어질수록 TSMC는 단순한 파운드리 기업이 아니라, AI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허브로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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