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의 과제, 삼성전자는 왜 TSMC를 넘지 못할까?
제가 주식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코스피를 대표하는 기업은 당연히 삼성전자였습니다.
주변에서 주식 이야기가 나오면 삼성전자부터 이야기했고, 한국 반도체 산업 역시 삼성전자가 이끌어간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2026년 6월 22일 기준으로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를 넘어서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웠던 장면입니다.
물론 하루 이틀의 시가총액 역전만으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AI 시대가 시작되면서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였고,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TSMC와의 격차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반대로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TSMC는 AI 반도체 생산의 핵심 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왜 메모리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파운드리에서는 TSMC를 따라가지 못하는 걸까?”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다시 삼성전자가 가져오기 위해서는 결국 파운드리 사업이 살아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AI 시대 삼성 파운드리가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지, 그리고 2nm 공정과 HBM4가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정리해보겠습니다.
1. 삼성은 메모리 강자지만 파운드리는 다른 게임입니다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대표 기업이었습니다.
DRAM과 NAND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 기업입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공정 미세화와 생산 효율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사업입니다.
쉽게 말하면 좋은 제품을 많이, 싸게, 안정적으로 만드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파운드리는 성격이 다릅니다.
파운드리는 고객사가 설계한 반도체를 대신 생산해 주는 사업입니다. 엔비디아, AMD, 애플, 퀄컴 같은 팹리스 기업들이 설계도를 가져오면, 파운드리는 그 설계를 실제 칩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 제조 능력만이 아닙니다.
고객사의 설계를 정확히 구현할 수 있는 공정 기술, 수율, 설계 지원 생태계, IP, EDA 협력, 그리고 고객과의 신뢰가 모두 필요합니다.
삼성전자는 2017년 DS 부문 안에서 파운드리 사업부를 독립시키며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메모리에서 강했던 방식이 파운드리에서 그대로 통하지는 않았습니다.
메모리는 표준 제품 중심의 대량생산 게임이고, 파운드리는 고객 맞춤형 제조 서비스 게임입니다.
이 차이가 삼성 파운드리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출발점입니다.
2. TSMC와의 점유율 차이는 매우 큽니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사실상 TSMC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TrendForce가 2026년 3월 발표한 2025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자료에서는 전 세계 상위 10개 파운드리 기업의 합산 매출이 1,694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6.3%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AI 서버용 GPU와 구글 TPU 같은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파운드리 시장을 키운 것입니다.
하지만 이 성장의 대부분은 TSMC로 향했습니다.
TrendForce 기준 2025년 TSMC의 파운드리 매출은 1,225억 4,000만 달러, 시장 점유율은 69.9%였습니다. 반면 삼성 파운드리는 126억 3,000만 달러, 점유율 7.2%에 머물렀습니다.
단순 점유율만 보면 거의 10배 차이입니다.
Counterpoint Research의 2026년 1분기 순수 파운드리 점유율에서도 TSMC는 73%, 삼성전자는 7% 수준으로 제시됩니다.
이 숫자는 삼성 파운드리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인 것은 맞지만,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TSMC와의 체급 차이가 매우 큽니다.
그리고 AI 반도체 시대에는 이 격차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엔비디아, AMD, 애플, 브로드컴, 퀄컴 같은 대형 고객 대부분이 TSMC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3. 가장 큰 문제는 수율과 신뢰입니다
파운드리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 중 하나는 수율입니다.
수율은 웨이퍼에서 생산한 칩 중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칩의 비율입니다. 수율이 낮으면 같은 웨이퍼를 투입해도 실제 판매 가능한 칩이 적어집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수율이 낮은 파운드리에 고가의 칩을 맡기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수율은 곧 원가, 공급 일정, 제품 출시 일정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삼성 파운드리는 5nm와 4nm 공정에서 수율 논란을 겪었습니다. 2022년 여러 시장 보도에서는 삼성 4nm 초기 수율이 낮았고, TSMC와 차이가 컸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후 퀄컴의 플래그십 모바일 AP 물량이 TSMC로 이동한 흐름은 삼성에게 뼈아픈 장면이었습니다.
3nm 공정에서도 삼성은 세계 최초 GAA 양산이라는 타이틀을 가져갔지만, 초기 수율 안정화에 대한 시장의 의심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습니다.
삼성전자는 3nm 수율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대형 고객들은 보수적입니다.
최첨단 칩은 수천억 원, 수조 원 단위의 제품 로드맵과 연결됩니다.
고객사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보다 “대량으로 안정적으로 나온다”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이 지점에서 TSMC가 강합니다.
TSMC는 오랜 기간 애플, 엔비디아, AMD 같은 대형 고객과 선단 공정을 검증해왔고, 고객들은 TSMC의 양산 안정성을 신뢰합니다.
결국 삼성 파운드리의 가장 큰 과제는 단순 기술 발표가 아니라 수율과 고객 신뢰 회복입니다.
4. 삼성의 승부수는 GAA입니다
삼성이 TSMC와 차별화하기 위해 꺼낸 가장 큰 기술 카드는 GAA입니다.
기존 FinFET 구조는 게이트가 전류가 흐르는 채널의 3면을 감싸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공정이 3nm 이하로 내려가면 전류 제어가 점점 어려워지고 누설전류 문제가 커집니다.
GAA는 채널의 4면을 게이트가 감싸는 구조입니다.
전류를 더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고, 전력 효율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2년 세계 최초로 3nm GAA 공정 양산을 발표했습니다. 삼성의 GAA 구조는 MBCFET이라고 부릅니다. 넓고 얇은 나노시트를 수직으로 쌓아 전류 통로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삼성전자 발표에 따르면 1세대 3nm GAA 공정은 기존 5nm 대비 전력 소모를 최대 45% 줄이고, 성능을 23% 높이며, 면적을 16%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기술 방향 자체는 맞습니다.
TSMC도 2nm 세대에서는 GAA로 넘어갑니다. 삼성은 이 어려운 구조를 TSMC보다 먼저 도입해 학습 곡선을 쌓겠다는 전략을 택한 것입니다.
문제는 속도였습니다.
새로운 구조를 먼저 도입한 만큼 초기 수율 안정화가 더 어려웠고, 그 사이 TSMC는 기존 FinFET을 더 안정적으로 개선하며 고객 물량을 가져갔습니다.
즉 삼성의 GAA 전략은 실패라기보다 아직 시장 신뢰로 연결되지 못한 상태에 가깝습니다.
진짜 평가는 2nm 세대에서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5. 고객사는 왜 TSMC를 선택할까
TSMC의 강점은 공정 기술만이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 구조입니다.
TSMC는 파운드리 전문 기업입니다. 자체 스마트폰을 만들지 않고, 자체 모바일 AP를 팔지 않고, 고객과 최종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구조가 복잡합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도 하지만, 시스템LSI에서 엑시노스 같은 칩도 설계합니다. 스마트폰 완제품도 만듭니다. 이미지센서도 만들고, 메모리도 만듭니다.
이것은 삼성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팹리스 고객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애플은 과거 삼성에 칩 생산을 맡겼지만, 이후 TSMC로 이동했습니다. 퀄컴 역시 일부 세대에서 삼성 파운드리를 사용했지만, 최근 핵심 플래그십 물량은 TSMC 중심으로 움직였습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AI GPU는 기업의 핵심 설계 자산입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설계 보안, 생산 안정성, 장기 로드맵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TSMC의 “중립 제조 플랫폼” 이미지는 강력합니다.
삼성은 기술을 증명하는 것뿐 아니라 고객에게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파운드리”라는 인식을 회복해야 합니다.
6. 삼성에게도 강점은 있습니다
그렇다고 삼성 파운드리가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삼성만이 가진 독특한 강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강점은 메모리,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모두 가진 구조입니다.
TSMC는 파운드리와 패키징에서는 강하지만 HBM을 직접 만들지는 않습니다. HBM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공급합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을 만들 수 있고, 파운드리도 운영하며, I-Cube, H-Cube, X-Cube 같은 첨단 패키징 기술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구조는 AI 시대에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HBM4에서는 베이스 다이의 중요성이 커집니다. HBM3E까지는 메모리 업체의 자체 공정 중심으로 처리하던 영역이 많았지만, HBM4에서는 베이스 다이에 더 복잡한 로직 기능이 들어가고 선단 로직 공정과의 결합이 중요해집니다.
이때 삼성은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내부에서 연결할 수 있습니다.
HBM, 로직 베이스 다이, 패키징을 한 회사 안에서 묶을 수 있다는 것은 삼성만의 무기입니다.
물론 이 장점이 실제 매출과 고객 확보로 이어지려면 조건이 있습니다.
HBM 경쟁력 회복.
파운드리 수율 안정화.
첨단 패키징 양산 능력 증명.
이 세 가지가 함께 맞아야 합니다.
7. 2nm는 삼성의 반전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삼성 파운드리의 다음 승부처는 2nm입니다.
삼성은 3nm에서 GAA를 먼저 도입했습니다. 초기에는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 경험이 2nm 세대에서는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SF2와 SF2P 같은 2nm 공정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SF2는 1세대 2nm 공정이고, SF2P는 성능을 더 끌어올린 공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실제 수율과 고객입니다.
2nm 공정에서 삼성전자가 내부 모바일 AP뿐 아니라 외부 대형 고객을 확보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AI 시대에는 TSMC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졌습니다.
빅테크 기업 입장에서도 공급망을 TSMC 하나에만 몰아주는 것은 위험합니다. 지정학적 리스크, 가격 협상력, 생산 슬롯 확보 문제를 생각하면 세컨드 소스가 필요합니다.
삼성이 2nm에서 의미 있는 수율과 고객을 확보한다면, TSMC 독점 구조의 대안으로 다시 주목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2nm에서도 수율과 고객 확보에 실패한다면, 파운드리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2nm는 삼성 파운드리에게 단순한 다음 세대 공정이 아니라 신뢰 회복의 시험대입니다.
8. 투자자가 봐야 할 체크포인트
삼성 파운드리를 볼 때 단순히 “삼성이 좋다, 나쁘다”로 보면 안 됩니다.
확인해야 할 지표가 있습니다.
첫째, 2nm 수율입니다.
삼성이 2nm에서 어느 정도 양산 수율을 확보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내부 칩 생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외부 고객이 맡길 정도의 수율과 안정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둘째, 외부 고객 확보입니다.
테슬라, AMD, 구글, 퀄컴, 미디어텍 같은 고객사와의 실제 수주 여부가 중요합니다. 파운드리는 고객이 붙어야 생태계가 커지고, 생태계가 커져야 다시 고객이 붙습니다.
셋째, HBM4 턴키 전략입니다.
삼성이 HBM4에서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을 묶어 실제 고객에게 공급할 수 있다면 TSMC와 다른 방식의 경쟁력을 만들 수 있습니다.
넷째, 파운드리 적자 축소입니다.
삼성 파운드리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사업입니다. 고객 확보와 가동률 개선이 늦어지면 적자가 길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수율과 수주가 개선되면 적자 축소 속도가 중요한 신호가 됩니다.
결론
삼성전자는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입니다.
하지만 AI 시대의 주도권은 과거와 다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HBM에서는 SK하이닉스가 앞서가고 있고, 파운드리에서는 TSMC가 압도적인 지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삼성 파운드리의 문제는 기술이 전혀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삼성은 세계 최초 3nm GAA 양산이라는 기술적 도전을 했고,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을 모두 가진 독특한 구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기술이 고객 신뢰와 대량 양산 성과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파운드리는 발표보다 수율이 중요합니다.
수율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이 실제로 맡기느냐입니다.
삼성전자가 다시 대한민국 대표 1등 기업이라는 상징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메모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AI 시대에는 HBM,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이 모두 연결됩니다.
삼성이 이 세 가지를 하나로 묶어 실제 고객에게 검증받을 수 있다면, TSMC 중심의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삼성 파운드리의 핵심 질문은 하나입니다.
2nm 시대에 삼성전자는 기술 발표를 넘어 고객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양산 능력을 증명할 수 있을까?
그 답에 따라 삼성전자의 AI 시대 반도체 위상도 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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